Jerry Lewis, The Nutty Professor, 1963

여름을 위한 반反추천도서 목록, 유운성

열람 시간: 15분

조르조 아감벤, 『내용 없는 인간』, 윤병언 옮김, 자음과모음, 2017
프리드리히 키틀러, 『축음기, 영화, 타자기』, 유현주, 김남시 옮김, 문학과지성사, 2019
히토 슈타이얼, 『스크린의 추방자들』, 김실비 옮김, 워크룸프레스, 2018



반反추천도서라는 것이 읽기를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라는 뜻은 아니다. 시시한 책일 따름이라면 반反추천도서로 꼽을 것이 아니라 그저 언급하지 않으면 된다. 사실 키틀러와 슈타이얼의 책은 영화에 관심을 지닌 이들에게 이미 매우 익숙한 것이겠다. 당신이 읽기와 살기의 일치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이들의 견해와 주장에 진심으로 공감한다면 영화 같은 것은 더이상 보지 않는 편이 좋다. 물론 둘은 영화와 관련해 꽤 다른 자리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희망 없는 비관과 낙관은 같은 동전의 양면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의 책은 거기 맞서 힘껏 저항하고픈 충동이 들게 하는 진정한 적들의 책이다. 이번 여름에 아트선재센터에서 진행할 여름 스터디 ‘반反영화입문: 연명하지 않는 영화의 삶’은 매체(학)적 입장에서 영화를 사고하는 이런 류의 동시대 담론들에 저항감을 느끼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아감벤의 데뷔작은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고 있지 않지만 이러한 저항에 지침이 될 약간의 모호한 단서를 준다. 그는 그 모호함을 그냥 내버려 둔다. 우리는 거기서 출발한다.


유운성

영화평론가이자 영상전문비평지 『오큘로』 공동발행인이다. 저서로는 평론집 『유령과 파수꾼들: 영화의 가장자리에서 본 풍경』등이 있다.